데님에 뺨을 비빈 적, 있으신가요?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22년 11월 11일
BONCOURA 66 BLACK을 구매
2022년 11월 20일
BONCOURA XX를 구매
옛날부터 계속 좋아했기에 재연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지만,
데님과 BONCOURA에 대한 열정이 최근 들어 끓어오르고 있다.

왜 지금 이 시점에 구매했을까.
왜 이 두 벌이었을까.
어떤 코디를 하고 싶을까.
전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지만,
지금 가장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아 맞다 맞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샀다는 것이 기뻤다는 것.
산 그날이 좋은 하루가 되었다는 것.
아주 단순한 것이지만,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BONCOURA XX를 산 그날 밤.
이틀 뒤 생일을 앞둔 이와나미와
기치조지 토큐 뒤편에 있는 슈하스코 집에 갔다.


이와나미는 made in Brazil 나이프나 포크에 흥미진진
어디까지나 변치 않고,
이대로 쭉 가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요한 고기는 엄청 맛있었고
퇴근 후 오장육부에 맥주와 함께 스며들었다.
끊임없이 제공되는 다채로운 고기들.
대충 배불리 먹고 나면,
속도를 늦추고 술만 마시는 여유로운 시간이 찾아온다.
모처럼이니 이런 자리에서는 처음 접하는 술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날은 카이피리냐라는 브라질 국민주인 술을 주문했다.
사탕수수를 베이스로 증류하여 물과 무언가로 희석한 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꽤나 입맛에 안 맞았다. (웃음)
풀 바디라는 표현은 아마 적절하지 않을 테지만,
그때의 나는 그렇게 느껴서 식사 중에 고기와 페어링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타이밍과 어울리는 것은 역시 중요하다.
천천히 얼음을 녹이며 겨우 다 마셨을 때쯤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좋은 시간이 지나 있었다.
아니, 좋은 시간이었으니까 눈 깜짝할 사이였을까.
돌아오는 전철에서는 졸음에 이끌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집 근처 역.
개찰구를 나오니 내쉬는 숨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밤은 완전히 차가워져 있었고,
겨울밤의 냄새에 연말 모임 시즌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딱 12시, 이날의 마지막 선택이 다가왔다.
"샤워하고 잘까."
"샤워하기 전에 세탁기를 돌릴까.."
망설임 없이
세탁기 안이 비어있음을 확인하고,
그대로 데님을 뒤집어 시작 버튼을 눌렀다.
옛날부터 그랬다.
산 것은 바로 입고 싶고,
새 데님은 그날 바로 빨고 싶다.
샤워를 하고,
BANANATIME 위에 다운을 툭 걸치고
큰 가방에 세탁이 끝난 데님을 던져 넣으면 준비 완료.

24시간 영업 코인 세탁소는 정말 고맙다며, 새벽 1시쯤 뛰어 들어갔다.
이유 없이 늘 가는 상단 오른쪽 끝 7번 건조기에 데님을 넣고 코인 4개를 넣었다.
뒤집어서 40분, 앞면으로 10분이 나만의 최적의 만족 해법이다.
코인 세탁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에는 이어폰이 필요 없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메트로놈처럼 일정한 리듬으로 울려 퍼지는 기계음은 언제까지든 들을 수 있다.
좋은 하루를 되돌아보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코인 세탁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시공간이 왜곡된다.
남은 시간이 5분쯤으로 줄어들면, 분명히 내가 평소에 체감하는 시간의 흐름보다 느려진다.
이거 나만 그래?
그런 시시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삐, 삐 건조가 끝났다는 알림이 울린다.
건조기에서 꺼낸 직후의 데님은 최고다.
드디어 내 것이 된다는 고양감,
심야 코인 세탁소로 충동적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물건의 활력.
폭신하고 부드러우며 은은하게 향긋한 세제가 그런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나도 모르게 데님에 뺨을 비비고..
2022년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SEEK&FIND 쿠니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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